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2022)

 


고백컨대, 기본적으로 이 와칸다 세계관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비웃음 같은 것이 내게 있었다. 미국 백인들이 상상한 아프리칸 판타지에서 시작해 미국 백인들 돈으로 구현해 낸 영화를 거의 신성시 하기 까지 하는 전세계 흑인들의 맹목적인 충성이, 이해 안 가는 촌극을 넘어 거의 화물신앙처럼 보일 지경. 존 카펜터의 [빅 트러블] 같은 영화에 동아시아 전체가 울고 웃으면서 착취당한 역사, 아시아의 혼 어쩌고 하면 그게 안 웃기겠냐고. 거기에 더해 채드윅 보스먼의 사망 소식 이후 그가 암투병 사실을 감춘 채로 영화 계약을 했다는, 고인이라서 말을 아낄 뿐 개운하지 않은 뒷사정 같은 것들이 밝혀질 때 즈음, 공교롭게도 인터넷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흑인들의 내로남불식 인종차별 담론이 오고가더란 말이지. 아무튼 내외부적인 여러가지 요소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없고, MCU 영화 최초로 극장에서 안 볼까 하는 생각 까지 들게 만든 영화.


다행인 게, 영화랑 관계 없는 짜치는 요소들 개입시키지 않더라도 영화가 충분히 엉망이다. 아니 단 한 가지, 와칸다가 문호를 개방한 후의 서사는 조금 궁금하긴 했다. 굵직한 정치가들 없이 거의 원맨밴드인 군주가 나랏문을 열자 마자 사망했으니, 그 다음으로 얼마나 개판 난장판이 될까 궁금하잖아. 실제로 이번 영화에서도 자원 도굴꾼들이라던가 교집합을 가진 두 민족의 정쟁이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긴 했는데, 아니 이런, 그걸 묵직하게 끌고 갈 주인공이 없네. 탈로칸들과 비장하게 쥐어뜯어도 어딘가 반쪽 짜리 전쟁같은 가벼움이 사라지질 않는다. 유일하게 마음 가는 앤젤라 바셋의 라몬다, 공허한 판타지 세계관을 아프리칸 소울이랍시고 떠받들며 촐랑방구들 뀌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무게감 있는, 진짜로 저기 아프리카 대륙 어느 근본있는 왕국의 왕비일 것 같은 라몬다, 아니 근데 이 미친 세계관, 왜 아빠들은 다 아들이랑 못 싸워 안달이고 엄마들은 다 죽냐.


네이머는 설정으로는 토르 급이네 헐크 급이네 하면서 기껏 약점이 물이야? 코믹스에서도 별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니었어서 잘 모르지만 원래 그런 쫌스러운 약점이 있었나? 아니, 있었더라도 병신 같으면 각색을 했어야 하고, 갓빠야 뭐야, 약점이 수분이면 물통이라도 들고 다니던가, 편의점 가면 지리산 500미리 짜리 한 통 600원이면 살 수 있어요. 어떤 놈은 물고기랑 얘기를 하질 않나, DC든 마블이든 왜 꼭 물맨들은 물맨이라고 놀림 받을 요소들을 쳐내질 않지? 그래도 물맨 나오는 액션 장면 몇 개는 잘 찍었는데 예고편에서 다 본 거고. 탈로칸 자체도 처음에 소개될 때 하드한 연출 이후로는 재미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아이언하트는 애새끼 까부는 걸 떠나서 그 프라모델 같은 질감부터 거슬리고, 얻어 걸려서 2대가 된 슈리는 새로운 영웅으로서의 뚜렷한 주체성보다는 오빠를 그리워하는 누이 동생으로서의 묘사만 너무 강하고. 영화 자체가 거의 추모를 위해 만든 식인데 그 추모의 대상이 트찰라인지 채드윅 보스먼인지 경계 없이 사유화까지 됐더라. 캐릭터의 추모라기엔 토니 스타크 죽었을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고, 자연인 채드윅 보스먼 추모라기엔 세계관 창조자인 스탠 리 선생 타계했을 때도 그걸 극으로 까지 끌고 들어오진 않았었다. 뭐가 됐든, 마블 영화 보러 극장왔더니 상갓집 분위기면 그걸 누가 좋아해.


생판 모르는 사람 장례식 가서 부조까지 하고 거의 세 시간을 앉아있는데 육개장 한 그릇 못 얻어먹은 기분이다.





연출 각본 라이언 쿠글러